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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4월 상해 프랑스조계에서는 여운형,조소앙,신익희,이동녕,신채호 등 독립운동지사들이 모여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였다. 아무리 역사를 모르는 사람도 상해임시정부를 못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중국의 여러 지명중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이름은 아마도 상해가 될 것같다. 지금은 비행기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관광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상해라는 곳이 역사무대에 등장한지 불과 200년도 안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 하다. <중국의 두 얼굴>에서는 이런 상해를 북경의 북방인에 비해 남방인의 대표격으로 치고 상해의 문화적 풍토를 “해파”라 하여 북경의 고전적 정치적 분위기와 완연히 다르게 본다. 즉 상해의 풍토는 외국 조계의 영향을 받은 세련미와 도회적 분위기, 상업적이고 자본주의적 퇴폐 분위기가 여과없이 드러나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 책 <중국 개항도시를 걷다>는 이런 상해를 포함 근대 중국의 5개 개항장을 돌아본 문화답사기다. 책을 읽기 전에는 한 사람이 쓴 일관된 내용의 학술적 답사기인줄 알았는데 읽고 보니 7명의 공동저자에 의한 가벼운 느낌의 책이다.
광주(廣州), 하문(夏門), 천주(泉州), 영파(寧波), 상해(上海) 이 다섯 도시는 고대에서 근대까지 중국의 5대 무역항으로 이름난 곳이다. 일곱명의 저자는 이 도시를 아래쪽에서 위로 올라가며 답사하고 개항공간의 사례나 이야기거리를 풀어나갔다. 중국에서 아편전쟁이후 개항한 5개항구는 복주가 들어가지만 이 책에서는 복주 대신 천주를 집어넣었다. 복주는 영파와 성격이 비슷하고 유적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고대 3대 무역항의 하나이며 해양 실크로드 기점인 천주를 넣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저자중 하나인 김수연이 쓴 매우 멋진 서문이 있어 책의 내용 접체를 집약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솥의 국을 먹을수 없는 이라면 국자하나에 해당하는 이 서문만 보면 된다. 명문이다.
개항이란 상대적 의미로 외국에 대한 근대적 개항을 의미하지만 중국은 이미 당나라때부터
광주, 양주, 천주 등 통상항을 두었고 송원대에는 항주, 명주(영파), 온주 등을 추가할 정도로 대외무역이 성했다. 명청대 해금(海禁)정책이 실시될때도 광주 천주 영파 태창 등의 대외무역항이 유지되었다. 그뒤 1759년 이후에는 엄격한 해금정책이 실시되면서 오직 광주를 통해서만 서양과 무역을 허가하였다. 그러다가 1840년의 아편전쟁이후 서구식 근대 무역, 즉 서구 자본주의 체제에 강제 편입된 것이다. 이 시기 외국과 체결한 조약들은 조선말기 우리나라가 맺은 불평등조약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다만 중국이나 일본과의 차이점은 중국에는 조계지가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조계는 내륙속의 서양으로 중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소도였다. 이 때 가장 먼저 조계지가 설정된 곳이 상해고 다른 지역의 조계지 모두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넓었다.
책에서는 조계의 성격을 이렇게 표현한다.
“자본의 제국주의 논리와 근대를 분리시켜 논할수 없듯이, 중국의 개항장 특히 조계지가 들어선 도시들은 동남아시아 어느 도시문명 보다도 근대성이 지닌 다양한 차원, 즉 중층적인 식민지 근대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만 자본의 속성이 야누스적이듯 조계지의 성격도 그러해서 봉건사회의 모순을 벗어나고 근대 문명과 자유의식의 혜택을 누릴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식민과 착취, 교묘한 억압과 인간적인 무시가 항존하는 곳이 바로 조계의 또하나의 얼굴이다. 지금은 이 조계의 흔적조차 점점 개발에 밀려 중국당국은 조계의 역사적 흔적을 보존하려 애쓰고 있고 한편 관광의 대상으로 인기를 끌기도 한다.
책은 다섯 도시에 따라 다섯 부분으로 나눠져 있고 각 도시마다 일관되지 않은 특정한 주제로 개항장의 모습과 역사를 헤아려 본다. 그중 음미할만한 것으로는 외탄이란 상해에만 있는 지명이 아니라 물과 뭍이 맞닿은 곳, 도로와 건물과 상점이 공존하는 곳이란 뜻, 근대적 주거시설인 기루(騎樓)와 리농(里弄)이 남아있는 광주, 정성공의 도시 하문, 중국속의 작은 서양 광주사면과 하문 고랑서조계, 이슬람문화가 꽃핀 도시 천주, 중국인의 수호신 마조신앙, 재테크의 달인 영파방, 상해의 조계와 화계 등등이다.
상해는 1840년 아편전쟁 당시까지 인구 10만도 안되는 작은 어촌이었는데 개항후 광주나 영파처럼 이미 공고한 기득권세력이 없는 것이 오히려 이점으로 작용해 서구세력이 집중투자하여 불과 몇십년만에 동양의 파리라 불릴 정도로 성장하고 서구문명의 집결지가 되었다.
중국 동남해안에서 시작된 변화의 물결은 아편전쟁으로 비롯되었다. 당싱 아편전쟁은 영국 의회에서도 도덕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청과의 무역에서 오랜 적자를 면치못한 영국은 은을 확보하기위한 일념으로 비도적적 전쟁을 시작했고 자신들만이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인류뮨명이라 생각한 서구인은 야만적이고 비논리적인 동양인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세계의 중심이었던 중화제국 청은 영국을 마음만 먹으면 제압할수 있는 오랑캐로 밖에 보지 못했다. 이런 허무한 인식은 전쟁후에도 달라지지 않아 청은 ‘대포와 철선’이 없어서 졌다고만 생각했다. 전지구적 문명의 전환기를 전혀 읽지못한 청은 20여년 뒤에 일어난 전쟁에서 다시 참패했고 중체서용,양무운동이 효과를 보지못하고 청일전쟁에서 대패하고 만다.
개항공간에는 다양한 사람과 문화의 흔적이 남아있고 이를 보며 지나간 역사와 문명의 덧없음이나, 동전의 양면같은 서구문명의 두얼굴을 떠올릴수도 있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고대문명에만 눈을 돌리지 말고 이러한 근대 문명의 외양과 속살에도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한편 이 책에는 지명과 인명이 모두 한자로 나오는데 내게는 훨씬 익숙해서 읽기 편했다.
익숙한 중국에서 낯선 도시를 만났다
서로 다른 문명들이 뒤얽히고 어제와 오늘이 켜켜이 겹친
개항도시, 독창적으로 다시 읽고 걷는다
광주ㆍ하문ㆍ천주ㆍ영파ㆍ상해에 걸친 개항도시, 오늘의 중국에서 개항도시에는 현대문명이 가지는 제국-식민지성이 가장 농후하게 담겨있다. 서로 다른 국가와 언어, 인종과 종족 즉 서로 다른 문화 경계들이 교차하는 개항도시는 근대 제국주의의 강압적인 폭력과 현대 문명의 화려한 유혹을 복합적으로 드러낸다. 이 공간에서는 억압을 수반하는 해방과 야만을 동반하는 문명, 서구 모던의 세련된 생활 스타일과 중국인 특유의 전통문화가 각 도시 기반과 어우러져 다양하게 발전했다. 중국 개항도시를 걷다 는 중국 고대의 전통 대외무역항과 근대의 국제 통상항을 아울러 살피기에 우리는 고대에서 근대로 전환하는 개항의 역사적 흐름과 함께 현재 중국의 모습을 동시에 만나게 될 것이다.
식민화와 현대화가 혼재된 이 독특한 도시풍경을, 동서양 문명 교류의 흐름을 다방면에서 천착한 지은이들이 개별적으로 풀어냈다. 중국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한국사, 건축학, 인류학, 문학 등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고대에서 현대를, 역사ㆍ문화ㆍ사상을 넘나들며 이들 개항도시로 대표되는 현대 중국의 도시문화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중국 개항도시를 걷다 영상보기 *클릭*
서문: 개항의 역사 - 문명의 중층적 경계를 넘어
Ⅰ 광주廣州
개항도시 공간의 전형, 외탄 _김주관
인도양을 건너 중국에 온 아랍 상인 _김능우
광주에서 서원의 사회성을 묻다 _정재훈
기루와 리농: 현대 중국 도시주거의 탄생과 소멸 _서정일
Ⅱ 하문厦門
아편과 은 그리고 전쟁 _김월회
바다의 시선으로 본 정성공 _김월회
화교의 도시 하문과 ‘애국 화교’ 진가경 _김민정
중국 속의 고립된 작은 서양: 광주 사면과 하문 고랑서 _서정일
Ⅲ 천주泉州
이슬람 문화가 꽃을 피웠던 도시, 천주 _김능우
공자의 중국을 뒤흔든 대자유인, 이탁오 _정재훈
바닷길의 수호신, 마조 _김주관
Ⅳ 영파寧波
바다의 항구, 영파 _김월회
영파의 고려사관을 찾아서 _정재 훈
재테크의 달인 영파방의 근대 상해 공략기 _김민정
Ⅴ 상해上海
프랑스 조계 지역의 소리 문화를 찾아서 _김수연
중국 근대 광고의 발원지를 가다 _김수연
조계와의 경계 지역 화계, 출판사를 찾다 _김수연
유태인, 상해를 접수하다 _김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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