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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뽀끄땡스

utjhdy 2023. 10. 8. 22:03

요즘 새로운 작가를 만났다. 표지가 고운 책이 있어서 그 책을 읽기 위해 우선 그분의 전작을 찾아봤다. 어린이 책부터 청소년 소설까지 아이들을 위한 책을 쓰시는 참 고마우신 분 오채 작가님.   전라도 안마도가 고향인 오채 작가님의 섬과 바다와 아이들이 모습이 담긴 책을 보니 내 마음도 순수해지는 기분이다. 초기작 날마다 뽀끄땡스 는 할머니와 섬에 사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날마다 뽀끄땡스 추는 기분으로 사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할머니의 유머가 적절하고 순수한 우리말이 많이 나온다.   밤섬에 사는 들레와 진우는 선생님이 바뀌어서 새로운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다. 전교5명인 학교로 지난 선생님은 섬이 너무 답답하다며 한달 만에 떠났고, 이번에 오실 분은 지원하신 분이라 이장 아들 진우는 기대가 크다.   민들레는 할머니와 사는데 엄마가 뭍으로 돈을 벌러 나갔는줄 아는데 사실은 아들 하나가 있는 식당 주인과 재혼을 했고 들레 대학비까지 대주겠다고 했단다. 엄마와 할머니와 살 줄 알았는데 엄마가 재혼을 하다니.. 엄마가 보내준 예쁜 새끼 거위 라는 뜻인 오카리나도 싫어진다. 할머니는 들레가 밭일을 도와주길 바라는데 들레는 엄마의 일로 심란하여 방황한다. 밤톨처럼 가시가 두드러진 들레.. (예전엔 오카리나를  흙피리 라고 불렀음)   밤섬에는 이 섬을 지키는 해군부대가 있는데 대장님 딸인 이보라가 온다. 서울에서 친구들에게 상처를 받아 힘들었고 엄마는 이혼 후 재혼을 했다. 들레는 서울서 온 보라가 괜히 미워서 심술을 부리자 보라는 거칠게 항의하고 둘은 치고박고 싸우다 서서히 마음을 열고 친해진다. 난 너처럼 이유없이 사람 싫어하는 애들이 제일 싫어. 이제 나도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야   들레, 진우, 보라는 선생님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좋은 자리에 마련해준 비밀본부에 찾아가고 예이츠의 시에 노래를 붙인 수양버들 공원에 내려가 를 부른다. 할머니가 급성맹장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뭍으로 떠나고 엄마가 간호한다고 하자 들레는 엄마 냄새와 엄마가 그리우면서도 내색하지 않는다. 그런 들레에게 보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새 아빠는 엄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들레도 좋아하려고 한다며 마음 가는대로 하라고 충고한다. 할머니가 돌아오시고 엄마도 같이 오시는데.. 들레는 이제 엄마를 어떻게 대할까? 갑판장 아저씨의 말대로 들레는 몸도 생각도 밤송이처럼 익어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한다. 내풀로 들레.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냐, 머리 빠지고 주름살만 느는 것을, 짜증아 짜증아 저리가라’ 할머니 짜증 노래는 가을 운동회에서 마을 사람들이 같이 추는 포크댄스처럼 웃음을 주면서 이 책의 양념 역할을 한다.   물마루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것처럼 멀리 보이는 수평선의 두두룩한 부분) 샘바리 (샘이 많아서 안달하는 사람) 내풀로 (내 마음대로) 바람만바람만 (바라보일 만한 정도로 뒤에 멀리 떨어져 따라가는 모양)

제4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열두 살 소녀 민들레의 씩씩하고도 가슴 찡한 성장 이야기를 담은 작품. 섬을 배경으로 엄마와 떨어져 할머니와 지내는 열두 살 소녀의 이야기를 정교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내었다. 가난 때문에 딸을 할머니한테 맡겨 두고 뭍으로 시집간 엄마, 엄마가 시집간 줄은 까맣게 모르고 엄마랑 (뭍에서) 살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들레, 그런 들레를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다정다감한 할머니. 각자 다른 상황에서 이들이 엮어 내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날마다 뽀끄땡스 는 엄마와 떨어져 사는 주인공의 탁월한 심리 묘사, 등장인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작품 곳곳에 녹아 있는 순우리말들이 잘 어우러져 감동을 빚어내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투리와 순우리말을 조화롭게 사용하였다. 생생한 사투리 대화들은 인물들의 행동, 배경과 잘 어우러져 읽는 이에게 그들의 감정을 더욱 가깝게, 사실적으로 전달해준다. 또한 아름다운 순우리말들이 적절하게 사용되어 건강한 문장을 이룬다. 날마다 뽀끄땡스 는 할머니와 손녀의 애잔하고도 깊은 사랑을 통해 서로 다른 처지의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끌어안고 성장해 가는지 잔잔하면서도 유쾌하게 보여 준다. 우리 아동문학의 첫 길을 연 마해송 선생(1905~1966)의 업적을 기리고 한국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주)문학과지성사가 2004년 제정한 ‘마해송문학상’의 제 4회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