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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

utjhdy 2024. 1. 27. 07:17


김연수 소설집.김연수 작가의 책 중 아직 읽지 않은 마지막 책인 것 같다. 물론 찾아보면 한두개 빠진 것도 있겠지만, 만약 있다면 의도적인 미구입이다.11개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각각의 이야기는 30쪽 정도 된다. 짧은 글들이기에 쉽게 읽을 수 있고, 또한 쉽게 읽히기도 한다. 보통 김연수 작가의 글은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장은 아닌데, 이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쉽게 읽혀진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마음을 움직인다. 그래서 11개의 이야기가 조금은 짧게 느껴진다.<소설가의 일>(http://blog.yes24.com/document/12221697)에서 언급되고 있는 소설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에 녹아있다. 소설은 이렇게 쓰는 거야 를 몸소 보여주듯이.좋다. 담겨있는 소설들 모두 맘에 든다. 어는 것 하나 튀지 않고 모두.깔끔하다. 엉겨붙지 않고 흐느적거리지 않는다.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는 이야기들.이러니 김연수 작가의 책을 구입할 수 밖에 없지.짧은 소설들이기에 생각날 때마다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서 책에 대한 이야기는 더 짧게 쓰는 걸로.
이 모든 삶들이 진짜야.
기억해요, 그날의 햇빛과 그날의 바람과 구름, 젖은 나뭇잎의 냄새까지도……

올해로 등단 20주년이 된 소설가 김연수가 다섯번째 소설집을 엮었다. 이 책은 2008년 가을부터 2013년 여름까지 발표된 단편 11편을 담았다. 이번 작품집에 실린 열한 편의 소설은, 작중 화자의 개입 없이 소설 속 인물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엄마가, 누나가, 이모가, 들려주는 제 삶의 이야기들.

타인의 삶과 이 세계를 제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이해하려 애쓰고, 결국은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김연수 소설이 가지는 힘은 여기서 온다.

김연수의 소설이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면,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 서툴게 위로하지 않고, 그저 삶이 거기에 그렇게 존재한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어떤 순간 뜻없이 중얼거리는 말들을 커다란 귀가 되어 그저 그 자리에서 들어줌으로써. 그리고 그 순간 결국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함으로써.

우리는 서로를, 타인을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고 함께 걸을 수는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어깨에 몸을 기대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을 기대는 일이다. 그래야 기대는 쪽도 의지가 되는 쪽도 불편하지 않다. 이제, 그의 커다란 귀를 열어둔 소설에 마음을 기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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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제33회 이상문학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