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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편력기

utjhdy 2024. 2. 19. 14:34


내가 태어난 곳은 원주인데 거기서는 육 개월을 살았을 뿐이다.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원주 이외에도 전주와 남원에서도 살았다. 대전에 살고 있을 때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내 유년의 기억의 시작은 그러니까 대전에서부터이다. (원주는 여동생이 결혼 후 잠시 머문 적이 있고 난 조카들을 보러 방문한 적이 있다. 남원은 대학시절 지리산 종주 후 하산길에 들른 적이 있고, 전주는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 있어 몇 년 전 자동차로 다녀왔다.) “... 축약된 동화 본들에는 원작에 담겨 있는 인물 하나하나의 구구절절한 역사는 모두 사라지고 최소한의 스토리만 앙상하게 남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식의 독서 체험이 그 시절 내게 소중한 것이긴 했지만, 이후 좀 더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데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동화 본들을 통해 갖게 된 알량한 지식들이 이미 그 방대한 책들을 다 읽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켜 ‘제대로’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을 그만큼 약화시키곤 했기 때문이다.” (pp.34~35) 그렇게 내 기억의 역사는 대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대전의 갈마동이라는 곳에 살았는데, 도심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동네였다. 동네 근처에 논이 있어 추수 끝난 그 자리의 볏단 위에서 씨름을 하다 팔이 빠졌다. 그 이후 수시로 접골원을 다녀야 했다. 어쩌면 팔이 빠져 거동이 쉽지 않은 동안 책 읽는 취미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 주로 계몽사에서 나온 오십 권짜리 전집류를 읽기 시작했다. 갈마동에서 문화동으로 이사를 했는데, 호남선이 지나가는 기차역인 서대전역 근처였다. 어린 시절의 꿈 중에 하나가 기관사였던 것은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아직 동네에 공터가 많았고 서커스단이 커다란 천막을 치곤 했다. 학교 가는 길에 생사탕 집이 있었고, 똥차를 보면 재수가 좋다는 말이 있었고, 방역차를 따라다니기도 했다. 동네 개천에 버려진 도색 잡지의 찢어진 페이지를 처음 봤고, 학교 앞에 처음 오락기가 생겼다. 왼쪽과 오른쪽에 움직이는 바가 있고 느리게 횡단하는 공을 막아내는 게임이었다. “아마도 이걸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텐데, 용가리가 히트를 쳤던 당시에는 만화 쪽에도 《용가리》 아류작들이 출몰했다. 개나 말 같은 동물의 돌연변이 괴물들이 등장하는 《개가리》, 《말가리》 같은 만화가 있었고, 심지어 《올가리》(거대한 돌연변이 올챙이가 나온다.)도 있었다. 이 돌연변이 동물 만화 시리지를 그린 사람은 김경언(경인이란 이름으로도 활동했다.)이란 작가다.” (p.100) 대전에서 경기도 포천의 소읍인 송우리로 이사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대전에서는 아파트에 살았고 송우리에서는 개량된 한옥집에 살았다. 화장실로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그 집의 한쪽 벽은 양조장과 그리고 다른 한쪽 벽은 다방과 맞닿아 있었다. 세로 얻은 집의 한 칸을 다시 세를 주었는데 그곳에 만화 가게가 들어왔다. 갓난애가 있는 신혼부부였는데 만화 가게가 들어오기 전 그곳 마룻바닥에서 팽이를 돌리고는 했다. 그곳에 살면서 서울에 사는 친척집에 갔다가 처음 컬러 텔레비전을 구경할 수 있었다. 크게 놀란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책에 등장하는 것처럼 서울에 사는 이들이 보는 만화영화가 우리가 볼 수 있는 만화영화보다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처음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던 것 같다. 우리 동네에서는 아직 겨울이면 얼었던 개천이 봄이면 녹으면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를 냈고,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의 묘소 근처에 밤나들이를 하는 것으로 담력 테스트를 할 때였다. “... 그때만 해도 춘천에서는 추가 요금을 내고 유선 안테나를 설치하지 않는 한 KBS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TV를 얻어보던 시절 나는 <여로>란 드라마를 대강 볼 수 있었지만, <아씨>란 드라마는 볼 수 없었다. 또 주로 TBC에서 방송되었던 <쇼쇼쇼> 같은 오락 프로그램, <황금박쥐>, <요괴인간> 같은 만화영화도 보지 못했다.(TBC와 MBC를 보기 힘들었던 것은 FM 라디오를 잘 들을 수 없었던 것과 함께 서울내기들과 나 사이에 그 만큼의 문화자본 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의미한다.)” (p.199) 저자와 나 사이에 십여 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작은 차이는 아닌가보다. 분명 겹치지 않는 시간 보다는 겹치는 시간이 더 많을 터인데, 그보다는 묘하게 어긋나는 부분들이 더 많다고 여겨진다. 어쩌면 각각의 나이대에 각인되는 것들 간에 차이가 있고, 그 부분에서 아귀가 맞지 않았던 것인가 싶다. 그래도 덕분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자꾸 불러낼 수 있었다. 김창남 / 나의 문화편력기 : 기억과 의미의 역사 / 정안책방 / 321쪽 / 2015 (2015)
대한민국 B급 문화의 유쾌한 기록!
그 시절 그 시간을 채운 즐거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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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편력기 는 대중문화평론가이자 대중문화연구가인 김창남이 오랜만에 선보인 책으로, 개인의 문화적 경험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유년기에서 사춘기를 거치며 청소년으로, 다시 청년으로 성장하면서 겪은 문화적 편력에 대한 기록이다. ‘춘천’이라는 지방 소도시에서 유년을 보내면서 특유의 감수성과 문화적 취향을 완성하고, 문화에 대한 욕망을 가진 저자만의 특수한 경험 프리즘을 통해 그 당시 세대의 ‘작은 역사’라 칭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작은 역사’의 주 무대는 6, 70년대로 박정희 시대, 산업화 시대, 조국 근대화 시대 그리고 냉전 시대 등으로 불리는 바로 그 시절이다.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통한 문화 감성의 성장

나의 문화편력기 는 7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대학을 거친 세대가 경험한 소위 ‘운동권문화’, ‘민중문화’라 불리는 미디어와 시장을 지배하는 문화 경험 중에서 ‘대중문화’에 관한 것만을 다루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들은 어떤 식으로든 개인 안에 흔적을 남긴다. 또한 각자가 생각하고 느끼고 바라보는 것들은 대부분 그 시절에 형성된 어떤 원형의 감성에 기대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비슷한 시대를 살며 비슷한 경험을 해 온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이 자라며 영향 받은 책과 만화, 영화와 드라마, 음악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살펴보는 것은, 말하자면 세대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성의 원형질을 재구성하면서 그 내면 풍경의 한 구석을 헤집어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유년 시절 유행하던 어깨동무 , 소년중앙 , 새소년 과 같은 어린이 잡지부터 선데이 서울 같은 성인 잡지, 고우영의 대야망 , 임창의 땡이와 영화감독 에서 김일성의 침실 , 세기의 간첩 마타하리 , 꿀단지 , 김일의 레슬링, [웃으면 복이 와요], [로하이드], [보난자], [월하의 공동묘지] 와 최희준, 배호, 김민기, 신중현, 김추자 등 책과 영화, TV 프로그램과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책을 내며

프롤로그
박정희 시대 지방 소도시 소년의 일상적 삶
근대화와 반공의 시대 / 미디어 확산의 시대 / 모르고 넘어간 격동의 시대

1부 애국 소년의 탄생
감성의 교과서 ― 책과 만화
동화의 시대 / 어린이 잡지의 추억 어깨동무, 소년중앙, 새소년... / 애국소년과 국민교육헌장 / 자유교양경시대회 / 만화가게의 추억 / 임창의 땡이와 영화감독 / 김종래와 이근철, 손의성의 만화 / 고우영의 대야망

TV 훔쳐보기
TV와 나 / 실화극장 / 김일의 프로 레슬링 / 만담의 시대 / 웃으면 복이 와요와 TV 코미디 / 로하이드와 보난자 / 미드의 추억

영화, 그 꿈의 나라
우주괴인 왕마귀와 대괴수 용가리 / 홍길동과 호피와 차돌바위 / 이발소 그림과 극장 간판 / 영화 포스터로 익힌 한자 /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 알랭 들롱과 찰스 브론슨 / 백발의 처녀 / 월하의 공동묘지 / 성난 송아지 / 대한뉴스와 문화영화

일찍 눈뜬 유행가의 세계
동요의 시대 / 이승복 찬가와 맹호부대 찬가 / 최희준의 노래들 / 학사 가수 / 오기택의 노래들 / 우중의 여인 / 이미자의 노래들 / 변치 않는 감수성 / 혼혈가수 샌디김 / 배호의 노래들

2부 유신시대의 사춘기
읽지 말라는 게 더 재밌다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 / 선데이 서울 / 선데이 서울과 딴지일보 / 김내성의 청춘극장 / 소설가 전상국 선생님 / 노란 책과 빨간 책 / 조영남과 이외수 / 성인만화 / 0시의 횃불 / 분노는 포도처럼 / 한 권으로 읽는 세계문학전집

환상 속에 내가 있다
TV가 있는 풍경 / TV로 보는 영화,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 / 영화 속의 멋진 남자들, 예쁜 여자들 / 담배 피는 여자들 / 단장의 검과 철수무정 / 이소룡과 차리 셸 / 007 영화들 / 서부극의 추억 / 서부극을 뒤집는 서부극 / 황야의 무법자와 튜니티 시리즈 / 공포 영화의 추억 / 성우의 시대 / 외화 더빙이 사라진 이유

감성을 적셔준 노래들
트랜지스터라디오 / 장현과 김정호 / 김추자와 김정미 그리고 신중현 / 10월유신과 장발단속 / 포켓판 대중가요 / 송창식과 이장희 / 팝송의 세계 / 긴급조치 시대의 고등학생 / 가수들의 예명 / 대마초 파동 / 대마초 파동 이후 / 2모범생들의 건전가요 세광애창곡집 / 브루 라이또 요꼬하마

에필로그
그렇게 청년이 되다
언더 학회와 전환시대의 논리 / 기타의 맛 / 메아리와 김민기

찾아보기
연표

 

위대한 쿠바, 잃어버린 시간의 향연 Great Cuba

남미는 오래전부터 반드시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입니다. 몇 년 전에 가려고 준비했던 때가 있었지만 당시 준비 부족으로 인해 결국 조금 더 가까운 인도로 여행지를 변경했죠. 그때는 언제든 다시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고, 물론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만 조금 더 쉽게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해야 할 일들, 쉽게 떠나지 못할 이유들에 발목을 잡히고 휩쓸리다 보니 어느새 30대가 되어 있네요. 20대에 갔던 인도 여행도 개인적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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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과학수사 이야기

재미있는 과학수사 이야기 - 사소한 증거도 놓치지 마라!! * 저 : 박기원* 그림 : 이영호* 출판사 : 가나출판사 10여년 전, 유명한 두 영화배우가 출연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캐치미 이프유캔 실존 인물의 실화라서 더 더 흥미로웠던 영화.그 영화에서 나오는게 바로 위조지폐입니다.안그래도 이 책에 지폐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그러면서 영화 이야기를 해주니, 보고 싶다 하네요.하지만 15세 이상 관람가라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네요.대신 실제 지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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